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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희교수 - [한겨레] 장내 미생물의 ‘두 얼굴’…병 되기도, 약 되기도

2016년 09월 27일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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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학점을 받으려면 자기 똥 속 미생물을 잘 배양하고 관찰해야 한다.’
실제로 있는 일이다. 미국의 한 대학에선 생물학 수업으로 학생들한테 자기 똥을 받아 거기에 든 장내 미생물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운영한다는 소식이 최근 <사이언티스트>라는 미국 매체에 보도됐다. 학생들은 미생물 연구 과정을 배우고, 수업을 이끄는 연구진은 다양한 대변 시료를 얻어 음식에 따라 달라지는 장내 미생물 분포의 변화를 살피는 일석이조 프로젝트라 한다.
대학가의 똥 연구는 국내에서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2014년 고광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학생 40여명의 똥을 받아 장내 미생물을 연구했다. 그는 “대변 시료를 모은다는 낯선 일이 당시엔 흥밋거리가 됐지만 사실 대변의 장내 미생물을 추출하고 배양하고 분석하는 것은 많은 연구실에서 이뤄지는 정식 연구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의료기관과 함께 유전자가 같거나 매우 비슷한 일란성·이란성 쌍둥이 600여명의 똥을 모아 장내 미생물과 인체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여러 편의 논문을 수년째 내고 있다.


파스퇴르 이후 ‘세균’ 인식의 대전환
국내외에서 장내 미생물 연구가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금은 세균에 대한 인식의 전환, 패러다임 전환의 시기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미생물 유전체와 생물정보학을 연구하는 김지현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는 “19세기 중반 프랑스 루이 파스퇴르의 세균 발견 이후에 세균은 감염병을 일으키는, 항생제로 퇴치해야 하는 병원체로만 여겨지다가 숙주와 공생하는 미생물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게 불과 10여년”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사실 인체에 이로움을 주는 세균에 대한 인식이 생긴 지는 오래됐다. 프랑스에서 활동한 러시아 미생물학자 메치니코프는 19세기 후반에 장내 건강을 유지하는 데 유산균이 유익한 구실을 한다는 데 주목했다. 그 영향으로 유산균이나 비피더스균처럼 ‘몸에 좋은 세균’이라는 뜻의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이어져왔다. 그러나 장내 미생물 전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진 못했다.



초파리를 이용해 장내 미생물을 연구하는 이원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달리 말하면 항생제로 감염균 퇴치가 어느 정도 이뤄지면서 2000년대 이후에 숙주와 공존, 공생하는 장내 미생물에 새로운 관심이 쏠리는 중”이라고 풀이했다.
미국 생물학자 제프리 고든의 연구가 이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계기가 됐다. 특히 2006년에, 그는 장내 무균 상태인 쥐에다 비만 쥐의 똥을 이식했더니 무균 쥐가 비만해졌다는 실험 결과를 제시하며 장내 미생물과 숙주 건강이 ‘상관관계’를 이루고 있음을 입증해 주목을 받았다. 이 교수는 “장내 미생물을 막연하게 이해하던 많은 연구자들한테 큰 영감을 준 이 연구 이후에 다른 이들의 다양한 연구 결과가 쏟아지면서 지금은 장내 미생물이 숙주 건강에 폭넓게 영향을 준다는 게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김지현 교수는 “세균, 즉 미생물 없는 위생 환경이 좋다고만 여기던 데에서 벗어나 미생물과 숙주의 공존, 공생을 인식하게 된 것이 150여년 만의 큰 변화”라고 말했다.


뇌에 영향 끼친다는 연구도 나와
장내에 사는 무수한 미생물 종들은 숙주인 인체에 어떤 영향을 줄까? 10여년 동안 쏟아진 갖가지 연구들에서 장내 미생물의 생태계가 숙주의 면역, 대사, 신경계에 관여하며, 그래서 장내 생태계의 변화가 숙주의 질병과도 연관성을 지닌다는 게 잇따라 보고됐다. 똥 속 장내 미생물 전체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해 종의 분포를 식별하거나, 특정 미생물 종을 배양해 연구하거나,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그 효과를 살피거나, 사람들의 건강 기록을 비교하는 갖가지 기법의 연구들에서 이런 상관성이 입증돼왔다.
쌍둥이 사례를 연구해 당뇨병을 비롯해 여러 만성질환과 장내 미생물의 상관관계를 밝혀온 고광표 교수는 “이제는 갖가지 만성질환이 장내 미생물과 연관돼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아토피, 천식 같은 면역질환, 심장병, 당뇨, 비만 같은 대사질환, 그리고 일부 암질환이나 정신질환까지, 질병의 여러 원인 중 하나가 장내 미생물일 가능성이 제시돼왔다.
미생물은 우리 몸에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인체가 생산하지 못하는 일부 비타민을 만들어주거나 일부 영양소를 분해해 인체에 공급하며, 또한 인체의 생리대사에서 신호 구실을 하는 여러 대사산물을 분비하기에, 이런 공생의 균형이 깨질 때 여러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내 미생물이 뇌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최근엔 자주 나온다. 일례로, 지난 6월 미국 베일러 의대 연구진은 자폐 행동을 보이는 무균 쥐에다 건강한 쥐의 분변을 이식했더니 그 행동이 완화됐으며 특히 특정 미생물 종이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주어 이런 효과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는 실험연구를 생물학술지 <셀>에 보고했다. 이는 장내 미생물이 인체의 특정 호르몬 분비와 신경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마다 달라 섣부른 일반화 경계
개별 미생물 종들이 주목받지만, 수많은 장내 미생물 종들이 이루는 생태계의 세력 분포가 미생물 연구자들한테 새로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어떤 종들이, 또는 어떤 하위 변종들이 우세한 세력인지, 서로 다른 미생물 종들과 어떤 비율로 어떤 네트워크를 이루며 분포하는지는 장내 생태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된다. 연구자들은 “당뇨병 환자에게선 이런저런 세균 종들이 우세하고 비만 환자에게선 이런저런 세균 종이 우세하고, 이런 식으로 세력 분포의 특징이 왜 나타나며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이해하려는 게 중요한 연구 주제 중 하나”라고들 말한다.
장내 미생물 생태계 균형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최근 주목받는 ‘대변 미생물 이식(FMT)’ 시술이다. 이 시술은 치료하기 까다로운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술로 발전해왔다. 항생제 때문에 환자의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파괴되면 특정 미생물이 급증해 세력이 커질 때 심각한 장질환이 생길 수 있다. 이때 항생제로도 치료하기 힘든 장질환 환자에게 건강한 사람의 대변 미생물을 이식하면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천재희 연세대 의대 교수(소화기내과)는 “이식할 대변에 다른 병원체가 섞여 있거나 이식 과정에서 외부 병원체에 오염될 수도 있어 정해진 검사와 보존 절차를 철저히 따라야 한다”며 “현재로선 난치성 장질환에 대한 보조 시술로 사용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균형을 이룬 장내 미생물 생태계 전체가 장질환 치료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장내 미생물 연구가 활발해지고 일부 효과가 보고되면서 의학계의 관심도 커졌다. 천 교수는 “앞으로 염증성 장질환뿐 아니라 내분비, 류머티즘 같은 여러 질환 분야에서도 장내 미생물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고광표 교수는 “미생물 신약 같은 의약품도 5년 뒤쯤엔 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현재의 연구 수준보다 너무 앞서 나가는 지나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장내 미생물 분포는 사람마다 다르고 또한 갖가지 요인에 의해 역동하기 때문에, 장내 미생물이 언제 어떻게 인체에 영향을 끼치는지를 일반화해서 말하기는 아직 섣부르다는 것이다. 이원재 교수는 “장내 미생물 종들이 어떠한 ‘블렌딩’(혼합)을 이룰 때 어떤 영향이 나타나는지, 그런 블렌딩은 또 어떻게 생기며 유지되는지와 같은 기초적인 물음은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라며 “장내 미생물에 대한 인식은 크게 바뀌었으나 여전히 연구자는 복잡한 미생물 세계에 겸허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지현 교수는 “지금까지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살피는 일종의 ‘센서스’ 연구였다면 이젠 그 영향의 인과관계와 메커니즘을 밝혀야 하는 단계로 이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기사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761978.html>



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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