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B형간염 환자라면 당장 치료제 비용에 대한 부담이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다 경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연구는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박준용 교수 외 8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에 의해 진행됐으며, 지난 11일 대한간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PVA 모델을 통한 국내 만성B형 간염 치료의 경제적 가치 평가'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결과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B형 간염 및 간질환 분야를 비롯해 보건경제학 분야 전문가 9인으로 구성된 자문위원의 검토 과정을 거쳤다.

연구에 활용된 PVA 모델(약물간의 상대적 비용경제성을 도출하는 연구 모델)은 유럽간학회, 아시아태평양간학회 등 국제 학회에서 B형 간염 치료제의 경제성 평가를 도출하기 위한 연구 모델로 사용 발표된 바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연구 및 발표되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국내에서 사용되는 치료제 중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가장 뛰어나고, 내성 발현율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 엔테카비어를 기준으로 5년간 치료 받을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의 비용경제성을 비교해 진행됐다.

그 결과 5년간 치료받을 경우, 하루 평균 5878원의 약가를 부담해야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간섬유화, 비대상성 간경변증, 간암, 간이식 등 향후 치명적 질환에 대한 치료 비용을 절감시켜 오히려 하루 평균 3102원의 이익이 발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기준, 국내 만성B형간염 환자 중 치료를 전혀 받지 않고 있는 환자는 총 120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모두 정상적인 치료를 받는다면 하루 평균 3102원을 절감, 1년 의 기간을 환산하면 총 1조 4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B형 간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른 심각한 간질환을 현저히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총 1000명의 환자를 기준으로 30년 간 엔테카비어(바라크루드)로 치료한 그룹과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 그룹의 간암 발생 수를 PVA 모델링해 비교했을 때 각각 184건과 457건으로 예측됐다. 치료 그룹에서의 간암 발생자 수가 273건 가량 적을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비대상성 간경변증 발생도 치료 그룹은 32건에 그쳤지만, 치료하지 않은 그룹은 198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총 166건 차이가 났다. 만성 B형간염으로 인한 사망 환자 수도 치료 그룹은 306건인데 비해 치료받지 않은 그룹은 653건으로 예측돼 두 배에 달하는 차이를 보였다.

박준용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적극적인 치료가 건강의 질을 향상시켜, 결과적으로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치료의 중요성을 알게 해준다"고 말했다.

또 "만성 B형간염은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다른 만성질환에 비해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적극적인 치료를 독려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