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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알 권리와 의무 - 소화기내과 송시영 교수

2011년 05월 26일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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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고 거론하기도 싫은 두 단어. 죽음이다. 인생 중 얼마나 산 거지?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 누구도 정답을 모른다. 죽음은 생물의 생명이 없어지는 현상을 이른다. 국어사전은 죽음을 생물학적 측면에서만 정의하고 있다. 죽음, 그 자체는 생물학적 현상일지 몰라도 죽어가거나 살아남은 사람 모두의 정신적 측면이 포함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

암, 뇌ㆍ심장 혈관질환, 자살. 우리나라 사망 원인 순위다. 최근 사회적으로 자살이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자살은 어떠한 종교도 인정하지 않는 지극히 이기적인 행위일 뿐이다.

죽음을 맞이하는 암환자를 보며 많은 경험을 한다. 이제는 질문하는 표정만 보아도 며느리와 딸을 구별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은 지나친 것일까?

유산분쟁 법정에서 투병 중 작성한 환자의 유언장이 의식이 분명할 때 쓴 것인지를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한다. 최근에 빈번히 접하는 현상도 있다. 이혼하고 홀로 자녀를 돌보는 가장, 자녀들은 외국에 있고 사별 후 홀로 사는 노인과 같이 직계가족을 만나기 어려운 경우도 늘고 있다. 부인으로 알았으나 실제로는 불륜 관계인 것을 몰라 곤혹을 치른 경우도 있다. 판사보다 더 많은 사형선고를 내려야만 하는 의료현장에서 인생사의 뒷면을 보고 있다.

조기암으로 완치된 노인이 암 연구에 써달라고 돈을 기부하면서 "하느님이 내 인생에 두 번 암은 주지 않습니다. 남은 생은 정말 욕심 없이 살고 싶습니다"고 한다. "남달리 일찍 노후를 대비해 왔기에 자산이 넉넉했는데, 이제 막상 언제 죽을지 알 수가 없으니 끝이 없네요." 암에서 벗어난 80세 노인의 이야기다.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말이다.

"암이란 사실을 절대 비밀로 해 주세요." "치료하면 완치된다고 이야기해 주세요." 가장 빈번하게 듣는 말이다. 운명하기 수일, 수 시간 전까지도 자신이 죽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애절하게 병마와 싸우기를 바라는 것이다. 인생을 정리할 시간도 갖지 못하고.

그 누구도 다가올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 즉 살아온 인생을 결산하는 과정을 빼앗을 정당한 권리는 없다.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의 인지와 내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의 인지는 우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권리며 의무다.
 
[송시영 연세대 의과대학 내과교수]

출처 : 매경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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