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시영 교수 - [조선비즈] 왼쪽 팔 촬영하고 치료는 오른쪽에?…엑스레이 의료사고 차단기술 나왔다
2015년 09월 21일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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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에 사는 김화숙씨(46)는 지난해 초 집 근처의 모병원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왼쪽 손목이 좋지 않아 검사를 받은 결과 인대의 일부가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의료진은 오른쪽 손목과 팔 부위에 물리치료를 준비했다. 김씨는 의료진에 이상하다고 말했다. 확인 결과 엑스레이 판독 과정에서 왼쪽과 오른쪽이 뒤바껴 있었다. 김씨는 왼쪽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처방은 오른쪽으로 입력된 것이다. 순간적으로 엑스레이의 좌우를 혼동한 의료진의 실수였다.
김씨 사례처럼 엑스레이 검사의 좌우를 바꿔 입력하는 의료사고를 사전에 차단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서진석 교수와 이영한 교수는 14일 열린 연세의료원 산학협력단 기술설명회에서 ‘병원정보시스템의 엑스레이 좌우 구분 검증 시스템’을 공개했다.
보통 환자가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을 때 의사가 환자 상태를 진료한 다음 방사선사가 엑스레이를 촬영한다. 환자 상태에 따라 적절한 진료과의 전문의가 배치되기도 한다. 이 때 환자를 담당하는 의료진이 2~3단계를 거치면서 환자의 좌우를 정확히 살펴보지 못할 때가 있다. 왼쪽으로 촬영 처방을 내고 오른쪽을 진단하거나, 왼쪽으로 처방과 진단을 하고 전자차트에는 오른쪽으로 잘못 기재할 때도 있다.
이 시스템은 환자의 상태와 X레이 판독 결과, 처방 정보에서 좌우가 서로 다를 때 전자의무기록(EMR)에서 알람으로 알려주는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연구팀은 특정 물질을 이용해 왼쪽 부위는 파란색, 오른쪽 부위는 빨간색으로 구분하게 했다. 검사, 판독, 처방 단계에서 파란색이나 빨간색 부위가 서로 일치하면 모든 결과가 곧바로 저장된다. 만약 서로 다르면 경고 알람이 뜨면서 저장할 수 없도록 멈춘다.
이영한 교수는 “환자 영상을 보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왼쪽과 오른쪽을 혼동하거나 잘못 입력하는 실수를 방지한다”며 “검사 의뢰를 하는 의료진이나 촬영하는 방사선사의 실수, 무의식 중에 착각할 수도 있는 일도 막아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엑스레이 검사 300건을 시스템에 적용해본 결과 정확도가 99.67%로 나타났다. 검사 건수가 많거나 환자가 많은 병원들은 더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교수는 “대형 병원에서 분업화가 이뤄지면서 사소한 실수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며 “환자를 위한 의료진의 작은 아이디어가 환자를 위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국제 학회에서 발표되면서 다른 나라 의료진도 관심을 보였다. 실제로 미국 영상의학회에는 전체 검사건수의 0.008% 정도의 엑스레이 좌우 혼동 실수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돼있다. 송시영 연세의료원 의과학연구처장은 “특허로 등록돼 있는 기술로 관심있는 기업과 공동연구가 가능하다”며 “환자를 위한 기술 개발로 병원의 경쟁력을 창출하고, 환자들의 안전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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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