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모씨(71)는 최근 전립선암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다행히 초기라 수술하지 않고 근접 방사선 치료인 브라키테라피 시술을 받았다. 유씨는 시술 다음날 퇴원해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고 치료 효과도 좋아 크게 만족하고 있다. 최 모씨(54)는 개인병원에서 위암을 발견했다. 수술을 위해 대학병원 외과를 찾았지만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ESD)로 완치가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듣고 다시 소화기내과를 찾았다. 최씨는 목요일에 입원해서 시술받고 토요일 아침에 퇴원한 후 월요일에는 정상적으로 생업에 복귀할 수 있었다.
최근 많은 암에서 조기 발견이 늘어나면서 조기 암에 대한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고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특히 조기 암은 수술하지 않고 비수술적 시술로도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많아 환자의 부담과 부작용 위험이 크게 줄었다.
대표적인 비수술 암 치료법은 조기 위암에 적용되고 있는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ESD·Endoscopic Submucosal Dissection)이다. ESD는 내시경을 이용해 병변의 점막을 부풀린 후 잘라내 치료하는 방법으로 환자 상태에 따라 1~3일 입원하게 되며 시술 부위 위치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시술 시간은 1~2시간 정도다. 시술 후에 위 천공 등 합병증 관찰을 위해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상태를 확인한 후 퇴원하게 된다.
EDS는 회복 기간이 짧고 부작용이 적어 치료 후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 그러나 조기 위암 중에서도 위 주변 림프절에 전이가 없을 때만 적용 가능하다.
이상길 연세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최근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위암 검진을 받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내시경 치료가 가능할 정도로 조기 발견되는 경우도 늘었다"며 "이에 따라 ESD로 위암을 완치하고 위도 보존하는 환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내시경 치료는 위암 크기가 2㎝ 이하이면서 림프절 전이나 궤양이 없고, 분화도가 좋은 점막암인 경우를 기준 적용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최근에는 위암 크기가 2㎝를 넘거나 궤양이 있는 경우 등도 의료진의 판단 아래 제한적이지만 치료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EDS는 대장용종이나 조기 대장암 치료에도 활용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변정식·양동훈 교수팀은 2㎝ 이상의 대장용종이나 조기 대장암을 고난도 대장내시경 점막하 박리절제술로 제거해 95% 이상의 절제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변정식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최근에는 크기가 10㎝인 대장폴립(용종)이나 조기 대장암도 내시경을 이용한 점막하박리술로 완벽한 치료가 가능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조기 위암의 비수술적 치료법으로 ESD가 있다면 초기 전립선암은 근접방사선치료법인 브라키테라피(brachytherapy)가 주목받고 있다. 브라키테라피는 방사선 발생 동위원소를 체내의 종양에 직접 삽입하는 치료법으로 선진국에서는 외과적 수술, 체외 방사선 치료와 함께 전립선암의 3대 완치요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브라키테라피는 주로 초기 국소 전립선암에 적용하며, 요실금, 발기부전 등의 부작용이 적고 1회 시술로 치료가 끝나기 때문에 통원치료의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시술 후 다음날부터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기술이 더 발전해 최신 4세대 브라키테라피는 시술 중 실시간으로 방사선량 확인이 가능하다. 또 방사선 동위원소를 더 정확한 위치에 정확한 방향으로 삽입할 수 있도록 발전했다. 방사선 동위원소를 체내에 삽입할 때 바늘을 이용하는데 이전까지는 바늘에 들어가는 방사선 동위원소가 서로 떨어져 있어 동위원소의 위치나 방향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있었다.
사진설명 이상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ESD)로 조기 위암세포를 절제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그러나 4세대 브라키테라피는 방사선 동위원소가 서로 연결돼 있어 위치나 방향 변이를 최소화한 것이다. 현재 미국 전립선암 환자의 30~40%가 사용하는 브라키테라피 치료는 직장에 초음파를 넣고 초음파로 전립선을 보면서 전립선에 방사선 동위원소 70~80개를 삽입한다. 여기서 나오는 방사능이 전립선 세포만 파괴하고, 배뇨신경과 성신경은 건드리지 않는다.
조재호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암에서 수술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완치라고 해서 암이 없던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수술로 암이 있는 부위의 장기를 절제하면 일부 또는 전체 장기가 없어지기 때문에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이전 수준보다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절제된 장기의 기능 저하나 수술 흉터의 회복 등 환자 부담이 있기 때문에 수술을 한다 해도 최소 침습 수술이 늘어나고 있고 최근에는 비수술적 치료가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ESD나 브라키테라피 외에도 암세포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약물로 막는 색전술, 종양 부위의 온도를 상승시켜 암세포를 죽이는 항암온열치료, 종양 부위만을 영하 40도 이하로 얼려 암세포를 괴사시키는 냉동소작술 등 다양한 비수술적 치료법이 개발·연구되고 있다.
이처럼 조기 암은 수술 외에도 다양한 치료법이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암 검진 권고안에 따른 정기적인 검진과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가족 중에 암이 있는 고위험군이나 흡연, 음주 등 암 위험인자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경우에는 증상이 없어도 이른 나이부터 검진을 시작할 것을 권장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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