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및 치료법/가슴 쓰리고 목에 신물 자주 넘어와/소화불량·입냄새·상복부 통증 동반/위산 역류하여 만성 기침까지 유발
김모(30)씨는 최근 들어 목에 이물질이 있는 듯한 느낌이 심해져 이비인후과를 방문했다. 그러나 치료 후에도 크게 나아지는 느낌은 들지 않았고, 증상은 오히려 더 심해지는 듯했다. 마른기침이 계속됐고, 목 이물감은 배로 느껴졌다. 그러다 다시 찾은 병원에서 확인한 것은 목의 문제가 아니었다. 역류성 식도염 진단을 받았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이나 위장의 내용물이 역류해 식도의 염증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가슴 쓰림 등 다양한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과거에는 서구인에게 많은 소화기 질환이나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증가하는 추세다. 대표적인 소화기 질환인 역류성 식도염의 증상과 치료법에 대해 살펴봤다.
◆가슴쓰림, 신물, 원인 모를 기침 등 증상 다양
역류성 식도염 증상은 상복부 통증과 함께 소화불량, 입 냄새, 쉰 목소리 등이 함께 찾아온다. 위산이 역류하는 과정에서 인두가 자극을 받으면 기침이 나오는데, 그러다 보면 만성 기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원인 모를 기침이 수개월 동안 계속된다면 단순 기관지의 문제로 생각하지 말고, 역류성 식도염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소화가내과 전문의들은 설 연휴에도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명절에는 과음이나 과식에다 불규칙한 생활 탓에 복통·설사 증상을 넘어 위산과다·급성위염 등 소화기질환을 경험할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질환이 역류성 식도염이라는 것이다.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김동우 교수는 “위와 식도의 경계 부위에는 ‘하부식도괄약근’이라는 일종의 ‘문’이 존재한다. 바깥에서 안쪽으로 밀어서 여는 여닫이문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평소에는 닫혀 있다가 음식을 먹거나 트림을 할 때만 열리면서 역류를 방지한다. 그런데 이 조절 기능이 약해지면 위와 식도의 경계 부위가 완전히 닫혀 있지 않아 위의 내용물이나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사람 10명중 1명꼴로 위식도 역류 질환을 갖고 있으며, 최근 들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가슴 통증과 목의 이물감, 기침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특히 가슴에 통증이 있는 경우가 많아 협심증으로 오인하는 사례가 종종 있어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심하면 식도암 위험, 과음·과식 삼가는 등 바른 생활습관 유지가 중요
역류성 식도염은 증상이 심해지면 식도 궤양이나 출혈을 일으키기도 한다. 재발과 치료가 반복되면 식도암의 전암 병변인 바렛 식도 또는 식도 협착을 초래해 음식물 삼킴에 장애를 유발한다. 바렛 식도란 만성적인 위산 역류 식도염에 의해 편평상피로 된 정상적인 식도점막이 위에서 관찰되는 원주 상피로 변화한 것을 말한다. 바렛 식도는 식도 선암의 전암 병변으로 경계해야 한다. 정상인보다 암 발생 위험도가 20∼30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렛 식도가 의심되면 내시경을 통한 조직검사가 필요하다. 조직검사상 이형성(산에 의한 손상으로 세포가 형태학적 변화를 겪는 것)이 없으면 1∼2년 간격으로 내시경 추적 검사를 하게 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박효진 교수는 “역류성 식도염은 잘못된 식습관 및 생활습관에서 비롯되는 생활습관병이다. 진단을 받으면 위산 분비 억제제 등 적절한 약물치료와 함께 식이조절, 절주, 금연 등의 생활습관 교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통 초기 치료로 약물을 아침 식전 4주에서 8주간 사용하며, 유지요법으로 6개월∼1년 정도 복용한다. 약 복용 후 일시적으로 증상이 좋아지더라도 생활습관을 교정하지 않으면 치유와 재발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환자의 생활습관 교정 의지가 있어야만 완치가 필수다.
비만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비만은 복압을 상승시켜 위산이 식도로 쉽게 넘어가게 하기 때문에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과식도 삼가야 한다. 과다한 음식물로 인해 위, 식도 사이에 있는 조임 근육의 기능이 약해져서 위가 식도로 탈장할 수 있다. 더불어 기름진 식단과 습관적인 야식 역시 역류를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특히 취침 전 음주와 탄산, 카페인 음료는 하부 식도 조임 근육을 느슨하게 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음주 후 술이 빨리 깨기 위해 간혹 일부러 구토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식도와 위 사이 점막 출혈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 또한 삼가야 한다. 주로 누운 자세에서 역류가 일어나거나 야간 혹은 식후 가슴 쓰림 증상이 있다면 취침 시 머리 높이를 약간 올리는 것도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기사원문보기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22&aid=0003336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