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협교수[중앙일보] - “간암 새 표적치료제 효과 긍정적…한국선 사용에 걸림돌 적지 않아”
2019년 02월 25일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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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간암 새 표적치료제 효과 긍정적…한국선 사용에 걸림돌 적지 않아”
한·미 간암 명의 대담 우리나라 40~50대 남성에서 암으로 인한 사망 원인 1위는 간암이다. 진단이 늦고 다양한 간 질환이 동반돼 치료가 쉽지 않다.지난해 이런 간암에 작용하는 새 표적치료제 ‘렌바티닙’이 나왔다. 2007년 첫 간암 표적치료제(소라페닙)가등장한 이후 10여 년 만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새 치료제를 사용하는 데 걸림돌이 많다.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 부담이 크고 의사가 렌바티닙 이후의 약제를 선택하는 데 제약을 받는다.지난 15일, 렌바티닙의 효과·안전성 연구의 주요 저자인 미국 UCLA 데이비드 게펜의대 리처드 핀 교수가한국을 찾아 국내 간암 권위자인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한광협(소화기내과) 교수와 만났다.두 사람은 최신 간암 치료와 간암에 의한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한·미 간암 명의의 대담 현장을 찾았다.
한광협 교수(이하 한)=한국에서는 간암이 많이 걸리는 연령대가 40~50대 중·장년층이다. 국내에는 이 연령대에 간암 위험 요인인 B형 간염 보균자가 많은 편이다. 한국 특유의 음주 문화나 직장 생활로 인한 과로·비만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창 사회활동을 할 나이에 간암에 걸리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든다. 간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34% 정도로 전체 암 상대생존율의 절반 수준이다.
리처드 핀 교수(이하 핀)=간암 치료가 어려운 것은 환자 대부분이 간경변 등 동반 질환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간이 건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종양이 생기므로 간 기능이 떨어져 있어 치료해도 결과가 좋지 않다. 다른 암에는 효과가 있는 치료제가 유독 간에는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
한=지난 10년간 여러 글로벌 제약회사가 간암 표적치료제 개발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다 10년 만에 렌바티닙이 간암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간암의 75%를 차지하는 간세포성 암환자에게 1차로 사용할 수 있는 신약이다. 약의 치료 효과는 환자의 생존기간을 얼마나 연장하는지, 병이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지를 본다.
핀=간암 신약 개발에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어떤 종류의 환자군에게서 약이 가장 효과가 있을 것인지 예측하는 것이다. 유방암은 에스트로겐 수용체 측정 등을 통해 약제에 대한 반응률을 알 수 있지만 간암은 쉽지 않다. 최근 연구 결과 간암에서도 치료제에 반응이 좋아 종양 크기가 준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이 20개월 이상으로, 반응이 없는 환자(약 10개월)보다 두 배 정도 길었다. 약제 반응이 있을 경우 생존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신약 렌바티닙의 경우 환자 4명 중
1명은 약제에 반응을 보여 종양 크기가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약제에 반응을 보이는 환자에게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건 매우 긍정적이다. 치료제의 무진행 생존기간(질환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기간) 연장도 중요하다. 치료제 사용 중 질병이 다시 진행되면 효과가 없는 것으로 간주해 보험급여가 되는 약제라도 비용 지원이 중단되기도 한다. 더 이상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는데 기존 치료제까지 보험급여가 되지 않으면 환자는 절망한다. 렌바티닙은 질병이 진행되지 않는 기간이 7.3개월로 기존 치료제(소라페닙·3.7개월)보다 두 배 정도 길었다. 또 탈모·설사, 손·발바닥 홍반성 감각이상 증후군 등 환자 스스로 자각하는 주관적 부작용이 소라페닙보다 적었다. 주관적 부작용의 증상이 많으면 환자는 생활이 불편해 임의로 약을 끊고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렌바티닙의 경우 고혈압·단백뇨 등 의사가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부작용이 다소 많았다. 하지만 이는 의료진이 인지해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10년 만에 나온 간암 신약인 렌바티닙에는 아직 보험 적용이 안 된다. 또 렌바티닙 이후 2차 치료제 사용에 제한이 있다.
핀=미국에서의 치료제 선택은 의사의 판단에 달려 있다. 1차 치료제로 렌바티닙·소라페닙을 써보고 그 이후에 어떤 치료제를 쓸 것인가는 의사의 재량이다. 간암 치료 발전을 위해서는 의사가 새로운 데이터와 기존 데이터를 통합하고 여러 약제의 사용 순서를 조정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최근 연구에서도 렌바티닙 이후 의사의 판단하에 다른 치료제를 사용한 환자의 생존기간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길었다.
한=1차 치료 후 질환이 진행되면 2차 치료제를 쓰는데, 소라페닙은 나온 지 오래된 약이기 때문에 2차 치료에 대한 여러 임상이 진행됐다. 렌바티닙은 신약이기 때문에 아직 렌바티닙 이후 2차 치료에 대한 공식 자료가 없다. 그러나 렌바티닙 이후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국·일본 등에는 임상 사례를 통해 렌바티닙 이후 효과를 보인 치료제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렌바티닙 이후 소라페닙 사용을 권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승인된 약제 외에 다른 약을 쓰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런 제약이 새로운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처방 데이터의 누적이 오래 걸리고 다른 나라와 치료 성적을 비교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핀=진행성 간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간암의 가장 좋은 치료는 간 절제와 이식이다. 간 절제와 이식은 시기를 놓치면 시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간암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그렇다. 수술이나 절제를 하는 것이 간암 완치 방법인데, 그럼에도 약을 쓴다는 것은 이미 수술할 수 없을 정도로 질환이 진행됐다는 의미다. 이런 환자에게 약을 쓴다는 건 약을 통해 암을 줄이고 수술을 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반응률이 높다는 것은 암을 줄어들게 할 수 있는 방법이고, 암이 줄면 그다음 치료를 더 생각할 수 있다.
핀=한국·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간암 환자의 90%는 B형·C형 간염, 지방간, 과도한 음주 등 간암 위험 요소가 있다. 유방 초음파나 콜레스테롤 검사, 혈압 측정은 자주 하는데 B형 간염 검사 등은 잘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주요 간암 발생 요인은 C형 간염이기 때문에 얼마 전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생애 한 번 C형 간염 검사를 하도록 인정해 줬다. C형 간염은 조기 발견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이런 제도 시행을 통해 간암 발생 확률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한=일본은 간암 5년 생존율이 50%가 넘는다. 국가 지원 측면에서 봐도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두 배 자주 검사하게 하고 가능한 검사 방법도 더 많다. 대한간암학회는 2월 2일을 간암의 날로 정하고 간암 위험 인자를 지닌 사람에게 초음파, 암 표지자 검사 두 가지를 1년에 두 번 시행하게끔 홍보하고 있다. 조기에 암을 발견해야 약을 쓸 필요 없이 간단하게 완치 가능하다. 그러나 아쉽게 그런 기회를 놓친 환자에게도 치료 희망은 필요하다.
[출처: 중앙일보] [건강한 가족] “간암 새 표적치료제 효과 긍정적…한국선 사용에 걸림돌 적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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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중앙일보